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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 연밭

여름날의 비 / 신경희당신 괜찮으세요언제나 그리웁지만언제나 비켜 서 있는 한사람 당신을 처음 만났던 날비가 하염없이 내리던 날하늘에 구멍이 난줄 알았습니다. 함께 듣던 야상곡과여름날의 비, 그 날 처럼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맑은 피아노 소리에쇼팽이 살아서 걸어 나오고서걱거리고 우는 바람소리에스쳐간 인연인 줄 알았던 당신이저벅저벅 걸어 나오고심장이 떨려 옵니다. 당신 괜찮으세요.언제나 그리웁지만언제나 비켜 서 있는 한 사람 오늘도 그 날 처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당신 괜찮으세요.

가을과 겨울사이,소풍 중

단 하나의 소원 (조병화시인, 1921-2003) 사람이 육십대에 들어서면사형선고를 받을 사람들 대열에 끼고칠십 줄에 들어서면사형 집행을 받을 사람들 대열에 낀다고들 하는데지금 나는 날로 그 날짜가 궁금해진다 아, 칠십 펑생을 달음박질로 살아온 것 같은 인생,무엇 때문에 나는 그렇게칠십 평생을 공연히 그리 바쁘게 살아왔을까 떠남을 거듭하며 살아온 생애,실로 나의 인생은 오해, 와 포기, 와 도피, 와 이별, 과 고독.그 순수고독을 살아오며, 그 순수허무를 같이 살아온 거다 지금 이 자리 아무런 후회는 없으나칠십을 넘는 사람들의 대열에 끼어날로 궁금해지는 것은사형집행을 받을 그 날짜만이다 어머님, 저는 지금 기진맥진단 하나 소원으로, 어머님 곁에 와 있습니다확, 단숨에 집행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조병화..

싱그런 칠월

까닭 / 정호승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풀잎으로 사는 것은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여나서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아침에 일어나 싸리빗자루로 눈길을 쓰시는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눈물도 없이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고이 남기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도 쓸쓸히 노래 한 소절로 태여나서밤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별을 바라보는 것은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너를 사랑하기엔내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비 내리는 아침산책

지나간 자리 /정윤천 1모든 것들은 지나가고모든 것들은 머물다 간다비 지나가고 나면비 지나간 자리는 젖고비 지나간 자리는별만이 와서 말리고 간다이럴 때는, 별이 지나가고별이 머물다 간 것이 된다사람의 흉중으로도 때론 비 지나가고그 자리위로, 별이 머물다 가기도 한다. 2비 지나가고,별이 와서 머물다 갔더라도마음이 지닌 것 중에 못 말리는 것이 하나 있다비 지나가고,제아무리 별이 와서 머물다 갔더라도먼 곳을 향해 젖어 있는 눈시울은 같은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