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컷

눈물 한방울의 가을은

달샘전희자 2012. 10. 14. 20:37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 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 볼 때

산다는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리며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도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 차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여 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 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 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 주고 싶다

 

단 한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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