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 김석규
해 설핏하면 풀밭에 나가 뒹굴었다.
힘없고 가난해서 정다운 풀잎의 마을
청솔가지 타는 연기 냄새
뿌리 쪽에서 숟가락 딸각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양잿물 먹고 죽은 사람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
어두어 오는 속에 하얀 이빨 드러나는
아직 한번도 이름 부르지 않은 풀꽃
머리 위에 묻어 있는 노란 가루를 털어주며
이 세상 가장 귀중한 목숨
착하게 살아라. 오래 오래 살아라.
여윈 볼이라도 마구 비벼대고 싶은 저녁 때
자전거 뒤에다 어머니를 태우고 가는 중학생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