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아름다운 동행 /

달샘전희자 2012. 2. 23. 22:28

 

 

 

 

 

 

 

아름다운 동행 / 이광석

 

 

저만치 등 굽은 황혼이 걸어갑니다

늙은 황소가 느릿느릿 따라갑니다

하루 몫의 일몰를 위해 일 년은 열두 달,

한 달은 삼십일, 하루는 스물네 시간 분의 티켓을

미리 예약합니다 늙는다는 것은 세월과의 약속입니다

슬퍼할 일도 아쉬워할 일도 아닌

물 흐르듯 그냥 흘러가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습니까

조간朝刊 이 머물다 간 아침 밥상에 무슨 흔적이 남습니까

지나간 바람들이 대문에 꽂아두고 간 전단지 같은 것,

혹은 유효기간이 지난 소문 같은 것입니다

적당히 멈추고 적당히 입 다물고 적당히 낮추는 것도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보약입니다

모두가 떠나버린 생애의 저문 들판을

늙은 황소의 걸음으로 밟고 가는 여유도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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