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차/최영미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였다.
그가 낮일 때 나는 캄캄한 밤이였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 못하고
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
안녕이란 말도 없이 우리는 헤어졌다.
피로를 모르는 젊은 태양에 눈멀어
제 몸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맨발로 선창가를 서성이며 백야의 황혼을 잡으려했다
내 마음 한켠에 외로이 떠 있던 백조는
여름이 지나도 떠나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꽃이 피고 꽃이 지고
그리고 가을, 그리고 겨울
곁에 두고도 가고 오지 못했던
너와 나, 면벽한 두 세상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시대의 그리움 / 강찬민 (0) | 2018.05.31 |
---|---|
잊여야 한다는 마음으로/김광석 (0) | 2018.02.10 |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김재진 (0) | 2018.02.06 |
詠雪/ 金笠 _ 김삿갓 눈을 읊다 (0) | 2018.01.08 |
새 달력/ 서재환 (0) | 2017.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