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이재무
목 놓아 펑펑 울려고
시간의 터널 무심히 걸어왔다
초록의 지친 나날들
붉은 추억으로 남은 여자들
어깨 들썩이며 신명나게
울음의 잔치 벌이고있다
눈치코치 보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고이 쟁여온
울음 꾸러미 꾸역꾸역 꺼내놓은 뒤
명태처럼 잘 마른 몸
또, 한기 속으로 밀어 넣는 여인들
한 보름 가을을 활활 울어서
닦아놓은 녹주발인 양
저리 반짝, 하늘도 황홀하게 윤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