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 / 김윤현
이루지 못한 꿈이 빼곡하여
견딜 수 없자 울긋불긋해진 마음
이제 하나 둘 내려놓을 시간이다
몸 밖으로 온기 빠져나가면
겨울은 또 그리움처럼 깊어지리라
깊어지는 만큼 생은 차가워지고
비를 몰고 오던 구름도 멀어지면
이어 눈 소식도 더 아득해지리라
이제 다시 눈이 오기라도 한다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무심했던 나뭇등걸 다 덮어 줄 텐데
다짐은 늘 계곡처럼 텅 비워지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온몸 붉게 부끄러워할 일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