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숲에서 / 강승남
저무는 겨울 저녁 순천만 갈대밭에 서면
누구나 한번쯤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몇 십 년을 잊은 채 살아가다가도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 바라보면
어쩔 수 없이 보고 싶어지는 얼굴
떠나온 그날 이후
저무는 갯벌처럼 쓸쓸했을 날들을
그는 어떻게 견디어 왔을까
노을에 물들어 흔들리는 갈대처럼
그도 그렇게 늙어가고 있을까
서산에 걸린 해도 기울어
철새들은 보금자리 찾아 날아가는데
바다가 육지 깊숙이 찾아들어
갯벌로 갇혀버린 순천만처럼
가슴 깊은 곳에 젖어 있는 아득한 그리움
어두어지는 겨울 저녁 순천만 갈대밭에 서면
누구나 다시 한번 돌아 가고 싶은 곳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