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빈집의 약속

달샘전희자 2010. 11. 22. 09:10

 

 

 

 

 

 

 

 

 

빈 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날에는 늦 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메달아 두듯

마음에 봄 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년 백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몽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숲이 들어 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그 동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꾸어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 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0) 2010.11.22
짧은, 가을이  (0) 2010.11.22
순천만 갈대밭에서  (0) 2010.11.22
가을 산  (0) 2010.11.21
11월  (0) 2010.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