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추억도 없는 길

달샘전희자 2010. 11. 25. 11:58

 

 

 

 

 

 

 

 

 

 

 

 

추억도 없는 길 / 박정대

 

하늘은 신문의 사설처럼 어두어져갔다

주점의 눈빛들이 빛나기 시작하고

구름은 저녁의 문턱에서 노을빛으로 취해갔다

바람은 한떼의 행인들을 몰아

욕정의 문틈으로 쑤셔 넣었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무수한 욕망으로의 이동이라고

그날 저녁의 이상한 공기가

나의 등 뒤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도 하지

술을 마시고 청춘을 탕진해도

온통 갈망으로 빛나는 가슴의 비밀,

거리 거리마다 사람들은 바람에 나부끼며

세월의 화석이 되어갔다

 

 

그리고 세월은 막무가내로 나의 기억을 흔든다

검은 표지의 책 ,

나는 세월을 너무 오래 들고 다녔다

여행자의 가방은 이제 너무 낡아

떨어지는 나뭇잎에도 흠칫 놀라곤 하지만

세월에 점령당한 나의 기억을 찾으러

둥그런 태양의 둘레를 빙빙 돌며

저녁의 나는

이 낯설고도 익숙한 거리를 걷고 있는 것이다

지상의 간판들은 화려하고도 허황하구나

기억의 처음에서 끝까지 아아, 나는

추억도 없는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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