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빈 강에 서서

달샘전희자 2010. 12. 21. 11:46

 

 

 

 

 

 

 

 

 

 

 

 

빈 강에 서서 / 류시화

 

 

1

날마다 바람이 불었지 .

내가 날리던 그리움의 연은

항시 강 어귀의 허리 굽은 하늘가에 걸려 있었고

그대의 한숨처럼 빈 강에 안개가 깔릴 때면

조용히 지워지는 수평선과 함께

돌아서던 그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지 .

저무는 강 , 그 강을 마주하고 있으며

보이는 것아라곤 온통

목숨처럼 부는 ,

목숨처럼 부대끼는 기억들뿐이었지 .

 

 

2

미명이다 .

신음처럼 들려오는 잡풀들 숨소리

어둠이 뒷모습을 보이면

강바람을 잡고 일어나 가난을 밝히는 새벽 풍경들 .

항시 홀로 떠오르는 입산금지의 山影이 외롭고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슬픔의 시작이였지 .

 

 

3

다시 저녁 ,

무엇일까 무엇일까 죽음보다 고된 하루를 마련하며

단단하게 우리를 거머쥐는 어둠 ,

어둠을 풀어놓으며 저물기 시작한 강 ,

흘러온 지  오래인 우리의 사랑 , 

맑은 물 샘솟던 애초의 그곳으로 돌이킬 수 없이

우리의 사랑도 이처럼 저물어야만 하는가

긴 시를 끝의 마지막 인사를

끝내 준비해야만 하는가 .

 

 

4

바람이 불었다

나를 흔들고 지나가던 모든 것은 바람이다 .

그대 또한 사랑이 아니라 바람이다 .

강가의 밤 , 그 밤의 끝을 돌아와

불면 끝의 코피를 쏟으며

선혈이 낭자하게 움트는 저 새벽 여명까지도

바람이다 . 내 앞에선 바람 아닌 게 없다 .

그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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