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 고미경
간이역에 와 닿는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
목을 빼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야윈 나무가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꽃망울 웅얼웅얼 터지네 .
나무의 몸과 봄비의 몸은
한나절 지나도록
깊은 포옹을 풀지 못하네 .
어린순들의 연초록 발바닥까지
스며드는 따스함으로 그렇게
천천히 , 세상은 부드러워져갔네 .
숨가쁘게 달려만 가는 이들은
이런 사랑을 알지 못하리.
가슴 안쪽에 간이역 하나
세우지 못한 사람은
그 누군가의 봄비가 되지 못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