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어떤 풍경은

달샘전희자 2011. 4. 26. 10:25

 

 

 

 

 

 

                                  (귀룽나무)

 

 

 

 

어떤 풍경은 / 이성복 (1952~)

 

 

어떤 풍경은 늦게 먹은 점심처럼

그렇게 우리 안에 있다

주먹으로 누르고 손가락으로 쑤셔도

내려가지 않는 풍경,

밭 갈고 난 암소의 턱에서

게거품처럼 흐르는 풍경,

달리는 말 등에서, 뱃가죽에서

뿜어나오는 안개같은 풍경,

묶인 굴비 일가족이 이빨 보이며

노래자랑하는 풍경,

어떤 밤에는 젊으실 적 어머니

봉곳한 흰 밥과 구운 꽁치를

소반에 들고 들어올 것도 같지만,

또 어떤 대낮에는 '시집 못 간

미스 돼지, 라는 돼지갈비집 앞에서

도무지 사람이라는 게 부끄러워지

는 풍경,

갈비 두 대와 된장찌게로 배를 채

우고

녹말 이쑤시개 혀끝으로 녹여도 보

는 풍경,

그러나 또 어떤 풍경은 전화 코드

뽑고

한 삼십 분 졸고 나면 흔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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