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의 시/ 신영복
오후 두 시다 오후 두시는
몇살일까
오후 두 시가 되면
오후 두시의 얼굴이 나타난다
나는 번번히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사실은
그의 얼굴을 지나쳤던 것
오후 두 시였음으로 나는
늦은 약속을 위해 홍대 행 버스 능곡 눈덮힌 들판의 차창에 앉았거나
깜빡 졸았거나
동네마다 똑같은 간판을 내걸고 들어선 가게에서
가장 싼 커피를 주문 하였을 것
오후 두 시가 되면
오후 두 시의 무덤이 생겨난다
그것을 알고 있다 모든 사람의 머리가 펄럭이는 무덤이고 저 인파 공동묘지
다행히 망각에는 묘비가 없고
끝없이 이장하는 행렬속에 나의 시체가 없다는 것
오후 두 시는
몇 살일까?
그러나 망자는 나이를 세지 않는다
망자는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오후 두 시였으므로
망자는 졸지 않는다
나는 그때쯤 망자의 얼굴을 앞에 두고 커피를 마신다
얼굴이 그대로이십니다
사실은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오후 두 시를 만난 적 있는가?
ps: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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