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두시의 시 / 신영복

달샘전희자 2016. 1. 17. 09:27

 

 

 

 

두시의 시/ 신영복

 

 

오후 두 시다 오후 두시는

몇살일까

오후 두 시가 되면

오후 두시의 얼굴이 나타난다

나는 번번히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사실은

그의 얼굴을 지나쳤던 것

오후 두 시였음으로 나는

늦은 약속을 위해 홍대 행 버스 능곡 눈덮힌 들판의 차창에 앉았거나

깜빡 졸았거나

동네마다 똑같은 간판을 내걸고 들어선 가게에서

가장 싼 커피를 주문 하였을 것

오후 두 시가 되면

오후 두 시의 무덤이 생겨난다

그것을 알고 있다 모든 사람의 머리가 펄럭이는 무덤이고 저 인파 공동묘지

다행히 망각에는 묘비가 없고

끝없이 이장하는  행렬속에 나의 시체가 없다는 것

오후 두 시는

살일까?

그러나 망자는 나이를 세지 않는

망자는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오후 두 시였으므로

망자는 졸지 않는다

나는 그때쯤 망자의 얼굴을 앞에 두고 커피를 마신다

얼굴이 그대로이십니다

사실은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오후 두 시를 만난 적 있는가?

 

 

ps: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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