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꽃에 관한 시

달샘전희자 2010. 11. 5. 10:18

 

 

 

 

 

 

모든순간이 꽂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리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인생에서 가장 절정의 시기는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시기는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인가? 바로 오늘 지금 여기이다 (벽암록)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네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내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돌아가는 꽃 / 도종환

 

 

간밤 비에  꽃 피더니

그 봄비에 꽃 지누나

 

 

그대로 인하여 온 것들은

그대로 인하여 돌아가리

 

 

그대 곁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잠시

 

 

아침 햇빛에 아름답던 것들

저녁 햇살로 그늘자리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이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꽃이 지는 일 / 강미정

 

 

햇살 눈부신 돌계단 사이 보랏빛 제비꽃이 지는 걸

딸과 함게 쪼그리고 앉아 보았습니다

꽃이 지는 일은 꽃이 다른 몸이 되는 일 같았습니다

눈물을 버리는 일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옮겨다 준

한 그루의 나무 그늘 같은

내 집에서 혼자 조용히 젖는 울음 같았습니다

나무의 키만큼 자란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도

제비꽃은 영 지지 않았습니다

나무 사이로 새 한마리 쏜살같이 날아 갔습니다

나뭇가지 하나 나뭇잎 하나 건들지 않고 날아 갔습니다

돌계단 사이 제비꽃이 보랏빛 향기가 되는 것처럼,

쏜살같은 시간을 눈을 감고 누워

나무 그늘 속의 햇살을 둘이서 다 걸었습니다

연둣빛 나무를 다 걷고 나면 꽃이 질 것 같았습니다

 

 

 

 

 

 

 

 

 

 

듣는 다는 것 / 문정영

 

 

비 고인 자리는 낮은 자리다

높은 곳은 마르고  낮은 곳은 젖는다

고여 있는 뒤안길 걸어가면서

나는 조각하늘과  나무눈과 지는 꽃잎 이야기를 듣는다

고인다는 것은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듣는다는 것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던 빗소리 담가두면

어느 사이에 잔잔해진다

그때 들으면 비의 음절 하나하나가 보인다

본다는 것도 듣는다는 것이다

비가 묻혀온 세상을 듣는 것이다

하늘이 내는 소리도 거기 속한다

나무나 꽃도 낮은 자리에서 들으면 들린다

길도 낮은 곳에서는 높은 곳으로 듣는다

 

 

 

 

 

 

 

 

 

 

 

 

아름다운 도반 / 이화은

 

 

눈 내린 산길 혼자 걷다보니

앞서 간 짐승의 발자욱도 반가워

그 발자욱 열심히 따라갑니다

그 발자욱 받아 안으려 어젯밤

이 산속엔 저 혼자 눈이 내리고

외롭게 걸어간 길

화선지에 핀 붓꽃만 같습니다

까닭없이 마음 울컥해

그 꽃발자욱 꺾어가고 싶습니다

짐승 발자욱 몇 떨기

가슴에 품는다고 내가

사람이 아니 되겠습니까

내 갈 길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내 갈 데까지 데려다 주고

그 발자욱 흔적조차 없습니다

모든 것 주기만 하고

내 곁을 소리없이 떠나가버린

어떤 사랑 같아

나 오늘 이 산 속에 주저앉아

숲처럼 소리 죽여 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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