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한강의 돌

달샘전희자 2010. 11. 6. 00:22

 

 

 

 

 

 

 

 

 

 

 

 

 

한강의 돌 / 김원호

 

 

 

나는 어디서 굴러 왔는지

늘 의문을 지닌 채 살아왔습니다

홍수에 밀려  

부대끼며 곤두박질치며

매년 조금씩 하류로 밀려왔지만

내 고향이 원래 어느 산골짜기인지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러 잊어버렸습니다

오랫동안 물 속에 머물기도 하고

더러는 맨몸을 햇빛에 드러내 놓은 채

일 년 내내 하늘만 바라보며 살기로 했습니다

내가 보고 듣고 한 사실들을

이제는 얘기할 힘도 없습니다

어떤 때는 이끼들이 온 몸을 덮기도 하고

어떤 때는 풀씨가 날아와

내 옆에서 꽃을 피우고 살다 죽기도 했지만

내 모진 목숨보다 더 긴 것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친구는 자갈채취선에 실려 가

시멘트 덩어리에 영원히 처박히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분쇄기에 가루가 되어

형체조차 없어졌지만

그래도 오늘까지 용하게 나는 목숨을 부지해 왔습니다

오직 바라는 건

그런 끔직한 일이 나에겐 일어나지 말기를 빌며

바다까지 무사히 굴러가는 일입니다

오늘도 한강을 다스리는

불도저의 불안한 엔진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서울의 명멸하는 불빛을 바라봅니다

 

 

나는 한강에 누워 있는 한 개의 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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