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들 / 송재학
다른 꽃들 모두 지고난 뒤 피는 꽃이야 꽃인 듯
아닌 듯 너도 꽃이야 네 혓바닥은 그늘 담을 궤짝도 없고 시렁
도 아니야 낮달의 손뼉 소리 무시로 들락거렸지만 이젠 서러운
꽃인 게야 바람에 대어보던 푸른 뺨, 바람 재어 놓던 온몸 멍들
고 패이며 꽃인거야 땅 속 뿌리까지 닿는 친화로 꽃이야 우레가
잎 속의 꽃을 더듬었고 꽃을 떠밀었고 잎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솟구치는 물관의 힘이 잎이었다면 묵묵부답 붉은 색이 꽃이 아
니라면 무얼까 일만 개의 나뭇잎이었지만 일만 개의 너도 꽃이
지만 너가 아닌색, 너가 아닌 꽃이란 얄궂은 체온이여 홍목당
혜 꿰고 훌쩍 도망가는 시월 단풍이야
2009 미당문학상수상작품집(중앙북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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