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오래된 기도

달샘전희자 2010. 11. 7. 13:57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자리에서 지난 봄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숲속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족지섬이 보이는 곳에서 나무로 만든 예수상을 찍었다

(4대강 사업으로 내년 봄이면 더 이상 친환경 쌈야채 재배를 할 수 없어 떠나야 한다고 한다

천주교재단에서 목소리를 표하고자 비닐 하우스에서 예배보며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을 영상물 제작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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