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자리에서 지난 봄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숲속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족지섬이 보이는 곳에서 나무로 만든 예수상을 찍었다
(4대강 사업으로 내년 봄이면 더 이상 친환경 쌈야채 재배를 할 수 없어 떠나야 한다고 한다
천주교재단에서 목소리를 표하고자 비닐 하우스에서 예배보며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을 영상물 제작도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