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에 들다 / 송문헌
어디가 꽃길이고 어디가 낙엽자리인가
바스락 우두둑 바람에 골절되는 가랑잎들
고요의 뼈를 들추는 경계를 지운 산
나를 불러들이고 허둥지둥 지나온 길
돌아가는 길 또한 오리무중
누가 누구의 길을 끝까지 동행하고
누가 누구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가
네가 내게 마음이 없으면 오지 않을 터
내가 네게 길이 없으면 가지 못할
눈을 뜨면 어느새 산빛 풀빛 본연의 모습
전광석화 번쩍 오가는 시간의 화살도 잠시
머물지 못하고 떠나가네, 그렇게 낡아 사라지네
사람들아, 참선 중인 저 산 고요 깨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