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홀로 인생을 읽다

달샘전희자 2010. 12. 8. 16:13

 

 

 

 

 

 

 

홀로 인생을 읽다 / 고재종

 

 

페이지 페이지마다 저항한다

재미없고 어렵고 뻣뻣한 이따위 책이라니

건성건성 지루함을 뛰어넘고

알듯말듯한 문장만 내 마음대로 해석해버린다

하지만 행간에 얼크러진 미로들과

딱딱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발을 거는 맥락의 숲이 부르는 유혹들

그 속으로 다시 길을 잃는다

피로 씌었다니 온몸으로 읽어야지

나는 미련하고 오기 창창하여서

절벽에 부딪고 심연에서 소리지른다

그 어떤 책도 저 혼자인 책은 없다지 않나

수많은 이미지의 난무와 겹겹 숨어버린 의미를

제기랄, 한 귀퉁이에서 잡념이나 낙서하다가

다시 페이지 넘기면 삶의 황홀한 서정들

그 다음 페이지엔 죽음의 혹독한 서사

생과 사는 페이지의 앞뒤면으로 반복하는데

말도 안 되거나 말하기 싫어하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담론처럼

말하고 싶으나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들의

징후까지를 짐작해보는 시간은 깊고 깊다

이걸 혈투라고 해야 하나

혈투 끝 폐허거나 숭고라고 해야 하나, 내게

주어진 古典이 의도하는 것과

의도하지 않는 것까지 가늠해보는

여행은 겨우 끝났는데 길은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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