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저녁 / 이동순
철새떼 끼룩끼룩 날아가는
겨울 들녘
마른 잡초들 틈에 서서
해지는 산등성이를 성큼성큼
거인처럼 단숨에 딛고 넘어가는 송전탑을 보노라면
이윽고 오는 눈
금방 하얗게 쌓이는 눈
사랑하는 사람아
이런 날엔 나와서 강물을 바라보자
무수한 들판과 골짝 골짝을
쉬임없이 흘러온 날들
포연과 아우성과 피비린내 자욱한 곳을
묵묵히 묵묵히 흘러온
저 빛나는 얼굴
사랑하는 사람아
이런 날엔 나와서 강물을 생각하자
눈길에 지쳐 돌아와
어둔 방 등불을 밝혀 놓고
누워서 물그러미 새해 달력을 보노라면
---저 강물처럼 살아가리라
---묵묵히 묵묵히 살아가리라
가슴속으로 두런두런 들려오는 송전탑의 송신
창밖엔 밤새도록 쌓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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