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感 , 마음을 여는 시

눈오는 저녁

달샘전희자 2010. 12. 21. 22:04

 

 

 

 

 

 

 

 

 

 

 

 

 

눈오는 저녁 /  이동순

 

 

철새떼 끼룩끼룩 날아가는

겨울 들녘

마른 잡초들 틈에 서서

해지는 산등성이를  성큼성큼

거인처럼 단숨에 딛고 넘어가는 송전탑을 보노라면

이윽고 오는 눈

금방 하얗게 쌓이는 눈

사랑하는 사람아

이런 날엔 나와서 강물을 바라보자

 

무수한 들판과 골짝 골짝을

쉬임없이 흘러온 날들

포연과 아우성과 피비린내 자욱한 곳을

묵묵히 묵묵히 흘러온

저 빛나는 얼굴

사랑하는 사람아

이런 날엔 나와서 강물을 생각하자

 

눈길에 지쳐 돌아와

어둔 방 등불을 밝혀 놓고

누워서 물그러미 새해 달력을 보노라면

---저 강물처럼 살아가리라

---묵묵히 묵묵히 살아가리라

가슴속으로 두런두런 들려오는 송전탑의 송신

창밖엔 밤새도록 쌓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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