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죽골에서 )
푸른5월 / 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왠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려드는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 나절 꿩이 울고
나는
팥나물 호랑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랑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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