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갈대 / 임정일 강 풀섶에 마른 갈대가 울고 잇다. 승냥이 울음 먼발치로 짐벙짐벙 뛰어 가는 밤 거친 손등 터지도록 비벼가며 깅물 우에 기대어 사무치도록 운다. 어머니 어서 강을 건너 오셔요. 달빛 기울여 강물 우에 띄워 놓고 목이 쇠도록 하얗게 갈대가 울고 있다.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5
가을에는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 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5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 길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4
장미 장미 / 문정희 시인은 아름다운가 시간 위에 장미를 피우려고 피를 돌리는 존재 그는 생명인가, 언어인가 그의 슬픈 감옥에는 홀로 앉아 글을 쓰는 손만 보일 뿐 그는 소경인지도 모른다 시 속에서만 부엉이처럼 눈을 뜨고 사니 현실은 늘 저주 사랑은 언제나 이별 그의 독방에는 그가 풀어놓은 말들이..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3
단풍 드는 날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3
쉰 쉰 / 최영철 어두침침해진 쉰을 밝히려고 흰머리가 등불을 내걸었다 걸음이 굼뜬 쉰, 할 말이 막혀 쿨럭쿨럭 헛기침을 하는 쉰, 안달이 나서 빨리 가보려는 쉰을 걸고 넘어지려고 여기저기 주름이 매복해 있다 너무 빨리 당도한 쉰, 너무 멀리 가버린 쉰, 돌아 오는 길을 찾 지 못할까 봐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3
대숲 아래서 대숲 아래서 / 나태주 1 바람은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ㄴ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3
빨랫줄 빨랫줄 / 서정춘 그것은, 하늘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 줄 같다 그것은, 하늘아래 이쪽 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 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랫줄만이 아니다 봄바람에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족과 저쪽..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2
들꽃여관에 가고 싶다 들꽃여관에 가고 싶다 / 박완호 들꽃여관에 가 묵고 싶다 언젠가 너와 함께 들른 적 있는, 바람의 입술을 가진 사내와 붉은 꽃의 혀를 지닌 여자가 말 한 마디 없이도 서로의 속을 읽어 내던 그 방이 아직 있을지 몰라, 달빛이 문을 두드리는 창가에 앉아 너는 시집의 책장을 넘기리, 삼월의 은 행잎 같..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2
갈대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날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