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세 오십 세 / 문정희 나이 오십은 콩떡이다 말랑하고 구수하고 정답지만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화려한 부페상 위에 콩떡이다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내가 콩떡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죄는 아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시간은 안 가고 나이만 왔다 엉큼한 도둑에게 큰 것 하날 잃은 것 같다 하..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7
오래된 기도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자리에서 지난 봄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7
아침 풍경 아침 풍경 / 김동하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희무끄레한 길들이 간단없이 일어서고 눈썹에 묻은 간밤의 곤한 잠의 이슬이 투명하게 반짝이는 맑은 아침이었습니다 길게 늘어선 가로수를 흔들며 깨어난 바람이 나뭇가지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볼 때 엎드린 자운영 들판을 저벅거리며 산 하나가 걸어왔습..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7
단풍잎들 단풍잎들 / 송재학 다른 꽃들 모두 지고난 뒤 피는 꽃이야 꽃인 듯 아닌 듯 너도 꽃이야 네 혓바닥은 그늘 담을 궤짝도 없고 시렁 도 아니야 낮달의 손뼉 소리 무시로 들락거렸지만 이젠 서러운 꽃인 게야 바람에 대어보던 푸른 뺨, 바람 재어 놓던 온몸 멍들 고 패이며 꽃인거야 땅 속 뿌리까지 닿는 친..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6
한강의 돌 한강의 돌 / 김원호 나는 어디서 굴러 왔는지 늘 의문을 지닌 채 살아왔습니다 홍수에 밀려 부대끼며 곤두박질치며 매년 조금씩 하류로 밀려왔지만 내 고향이 원래 어느 산골짜기인지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러 잊어버렸습니다 오랫동안 물 속에 머물기도 하고 더러는 맨몸을 햇빛에 드러내 놓은 채 일..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6
꽃에 관한 시 모든순간이 꽂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리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5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 양성우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꽃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고, 그것들은 살아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4
벼 벼 / 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라. 죄도 없이 죄 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4
적멸 적멸 / 김신영 돌이켜보면, 나를 흔들어 대던 바람은 한밤의 먼지에 불과했습니다 멀리서 손사레를 치며 우리를 맞이하던 몸짓은 태양같은 가렬로 가슴을 후벼 내었지만 그도 불볕에 사라지는 물기에 불과했습니다. 잊고자 누워 있던 바위에서 싹이 틉니다. 삶을 끊고자 버린 불모지에도 번뇌가 싹이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4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세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