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스며드네 저녁 스며드네 / 허수경 잎들은 와르르 빛 아래 저녁 빛 아래 물망울은 동그르 꽃 밑에 꽃 연한 살 밑에 먼 곳에서 벗들은 술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고 저녁 스며드네, 한때 저녁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 세상의 모든 주막이 일제히 문을 열어 마 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것처럼 저녁을 거두어들이는 듯했..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
손톱달 손톱달 / 이태수 밤하늘의 저 예쁜 손톱 조각 하나 잎새 내밀고 있는 나무 사이로 바라보면 칠흑 치마폭에 잘 깎아 조는 별들 술 거나해진 미당이 손녀 손 만지작 만지작 침이 마르도록 예쁘다던 바로 그 긴 손톱 끝 부분 같은, 새치름하게, 그보다는 새콤새콤 마음 흔드는 까닭까지 알게 해주는, 꽃들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
첫사랑 첫사랑 / 류근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푸른 나비처럼 겁먹고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 을 때 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 새벽안개 같은 음성을 나는 들었다 그 안..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
마지막 가을 마지막 가을 / 정진규 여름을 여름답게 들끊게 하지 못하고 서둘러 가을이 왔다 모든 귀뚤라미들의 기인 더듬이가 밤새도록 깊은 울음으로도 울음으로도 다 가닿지 못한 어디가 따로 있다는 게냐 사랑으로 멍든 자죽도 없이 맞이하는 가을의 맨살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이른 새벽길 아직도 떠나지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
동안거에 들다 동안거에 들다 / 송문헌 어디가 꽃길이고 어디가 낙엽자리인가 바스락 우두둑 바람에 골절되는 가랑잎들 고요의 뼈를 들추는 경계를 지운 산 나를 불러들이고 허둥지둥 지나온 길 돌아가는 길 또한 오리무중 누가 누구의 길을 끝까지 동행하고 누가 누구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가 네가 내게 마음이 없..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
홍시 홍시 / 임석 칠흑 같은 어둠 속 과거 기억 다 지우고 모진 삶 견뎌 낸 자만이 단맛을 볼 수 있네 불행이 뭔지 모르면 행복을 말하지 마라 달콤한 행복이란 외로운 밤에 수백 번씩 뼈 깎는 외로움 뒤에 절로 절로 오는 것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
11월 11월 / 권정우 낙엽 지는 가을 산이 거꾸로 세워놓은 싸리비 같다 티끌 한 점 없어 보이지만 가을 하늘이라고 쓸어내고 싶은 아픈 기억이 왜 없겠는가 하늘을 보고 있으면 가을을 눈물로 지새웠다는 당신을 보는 듯해서 가을 산 같은 싸리비가 되고 싶어진다 하늘을 쓸어주면서 해마다 한뼘씩 자라는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
감나무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 그러기에 사립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
종소리 종소리/ 서정춘 한 번을 울어서 여러 산 너머 가루가루 울어서 여러 산 너머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어디 거기 앉아서 둥근 괄호 열고 둥근 괄호 닫고 항아리되어 있어라 종소리들아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
悲歌 제 28번 悲歌 / 김춘수 내 살이 네 살에 닿고 싶어 한다. 나는 시방 그런 수렁에 빠져 있다 수렁은 밑도 없고 끝도 없다 가도 가도 나는 네가 그립기만 하다 나는 네가 얼마만큼 그리운가, 이를 테면 내 살이 네살을 비집고 들어가 네 살을 비비고 문지르고 후벼파고 싶은 꼭 한 번 그러고 싶을 그만큼, -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