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노래하다 11월 / 이만섭 늦가을 풍경을 스케치하다가 간이역을 그려놓고 기차를 기다린다 텅 빈 신호기앞, 11자로 가로 놓인 철길, 길섶의 코스모스도 시들해지고 驛舍의 벽을 타고 오른 담쟁이도 회톳빛이다 기차는 언제쯤 올 것인가, 눈발이라도 날릴 듯 음산한 하늘 그리움에 붙들려 망연..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24
먼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먼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재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뜨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 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24
꽃의 고요 꽃의 고요 / 김인희 자신의 생을 요약한 색과 형태와 향기가 벌레에게 먹히지 않도록 기도해본 적이 없다 꽃은 그 몸에 수없이 상처를 입히는 벌레들에게도 항거해본 적이 없다 꽃은 자신을 해석해 줄 모든 해석자들이 사라져도 아파해 본 적 없다 웃기만 하는 꽃 이유 없이 밟히면서도 하얗게 웃고만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23
11월 11월 / 정일근 혼자 내원에 들었다 정시 정각에 도착한 열차처럼 나는 가장 좋은 시간에 닿았다 잘 익은 나무들과 함께 걸어서 당도한 11월 나무의 1과 1 사이로 황금빛 수평선 펼쳐지고 그 사이로 겨울 철새는 풍경이 되기 위해 먼, 차가운 먼 북쪽에서 세차게 날개 치며 돌아오는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22
짧은, 가을이 짧은, 가을이 / 곽경미 퉁소 구멍처럼 텅 비어 맑게 울리는 가을이 이렇게 와서 겨우 먹고 살만한 ' 겨우'속으로 또옥, 또옥, 손으로 훑은 장꼬방 깊숙이 동우감 두듯 감추어두었을 사랑이나 설움 따위, 모두 다 불살라버리겠다고 뒤적뒤적 성냥이나 찾는 척 하다가 가네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22
빈집의 약속 빈 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날에는 늦 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메달아 두듯 마음..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22
순천만 갈대밭에서 순천만 갈대숲에서 / 강승남 저무는 겨울 저녁 순천만 갈대밭에 서면 누구나 한번쯤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몇 십 년을 잊은 채 살아가다가도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 바라보면 어쩔 수 없이 보고 싶어지는 얼굴 떠나온 그날 이후 저무는 갯벌처럼 쓸쓸했을 날들을 그는 어떻..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22
가을 산 가을 산 / 김윤현 이루지 못한 꿈이 빼곡하여 견딜 수 없자 울긋불긋해진 마음 이제 하나 둘 내려놓을 시간이다 몸 밖으로 온기 빠져나가면 겨울은 또 그리움처럼 깊어지리라 깊어지는 만큼 생은 차가워지고 비를 몰고 오던 구름도 멀어지면 이어 눈 소식도 더 아득해지리라 이제 다시 눈이 오기라도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21
11월 11월 / 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21
여우 사이 여우 사이 / 류시화 나무와 나무 사이 섬과 섬 사이 사람과 사람사이 어디에나 사이가 있다 여우와 여우 사이 별과 별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 그 사이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물과 물고기에게는 사이가 없다 바다와 파도에는 사이가 없다 새와 날개에는 사이가 없다 나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사이가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