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서러운 나이 그 숨찬 마루턱에서 서서 입적(入寂)한 소나무를 본다 길 밖에 길이 있어 산비탈을 구르는 노을은 여기저기 몸을 남긴다 생(生)이란 그저 신(神)이 버린 낙서처럼 아무렇게나 주저 앉은 풀꽃이었을까 하염없이 고개를 꺾는 죄스런 모습 아니야 아니야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10.19
꽃 3 / 오세영 꽃 3 / 오세영 당신은 날 두고 꽃이라지만 나는 당신의 눈동자 한켠 홀로 반짝이는 눈물 한 방울, 당신은 날 보고 향기라지만 나는 아득한 허공 저편 노을로 사라지는 한줄기 한숨, 당신과 마주친 순간......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10.12
장대비 / 김선태 장대비 / 김선태 때로는 비가 세상을 후려치듯 내릴 때가 있다. 장대비다. 이런 날은 지상의 만물들이 엄한 비의 회초리 앞에 매를 맞는다. 이런 날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까불대던 나무 이파리마저 미동도 없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 종아리를 걷어 올리고 두손을 높이 든 채 벌서고 싶..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08.21
그래서 /성명희 그래서 / 성명희 그림자만 건드려도 소리 지른다 아직 너를 가지고 있기 때문, 스치는 의미 없는 눈빛에도 움찔거린다 아직 너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혼자만 들리는 소리에 발걸음 멈춘다 아직 너를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 머릿결 움직이지 못하는 바람에도 머리 흔들어 댄다 아직 너를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08.15
새 / 이성복 새 / 이성복 잠든 잎새들을 가만히 흔들어봅니다 처음 당신이 나의 마 음을 흔들었던 날처럼 깨어난 잎새들은 다시 잠들고 싶어합 니다. 나도 잎새들을 따라 잠들고 싶습니다 잎새들의 잠속에 서 지친 당신의 날개를 가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눈을 뜨 면 깃을 치며 날아가는 당신의 모..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08.14
사랑의 길 / 윤후명 사랑의 길 / 윤후명 먼길을 가야만 한다 말하자면은 어젯밤에도 은하수를 건너온 것이다 갈길은 늘 아득하다 몸에 별똥별을 맞으며 우주를 건너야 한다 그게 사랑이다 언젠가 사라질 때까지 그게 사랑이다.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08.05
베롱나무 / 홍성운 베롱나무 / 홍성운 길을 가다 시선이 멎네 길 모퉁이 목백일홍 품위도 품위지만 흔치않은 미인이다. 조금 엉큼하게 밑동 살살 긁어주면 가르르 까르르륵 까무러칠 듯 몸을 떤다. 필시 바람 때문은 아닐 거다. 뽀얀 피부며 간드러진 저 웃음, 적어도 몇 번은 간지럼타다 숨이 멎은 듯 그 절..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07.31
행복 / 유치환 행복 / 유치환 ㅡ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이다.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 또..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07.30
속삭임 / 장석남 속삭임 / 장석남 솔방울 떨어져 구르는 소리 가만 멈추는 소리 담 모퉁이 돌아가며 바람을 내좇는 가랑잎 소리 새벽달 깨치며 샘에서 숫물 긷는 소리 풋감이 떨어져 잠든 도야지를 깨우듯 내 발등을 서늘이 만지고 가는 먼, 먼, 머언, 속삭임들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07.28
꽃은 언제 피는가 / 김종해 꽃은 언제 피는가 / 김종해 사랑하는 이의 무늬와 꿈이 물방울 속에 갇혀 있다가 이승의 유리문을 밀고 나오는. 그 천기의 순간 , 이순의 나이에 비로소 꽃피는 순간을 목도하엿다 판독하지 못한 담론과 사람들 틈새에 끼어있는, 하늘이 조금 열린 새벽 3시와 4시 사이 무심코 하늘이 하는 .. *共感 , 마음을 여는 시 2012.07.28